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68일 연중 제9주간 목요일

 

마르코 복음에서 등장하는 율법 학자들은 대부분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

기는 적대자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.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는 이례적으로

예수님께 호감을 보이는 율법 학자가 등장합니다. 그가 예수님께 다가가는

모습도 그러하고(“예수님께서 대답을 잘하시는 것을 보고 그분께 다가와”[오늘 복

음에서 생략된 구절]), 예수님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도 그러합니다.

이에 따라 예수님께서 이례적으로 율법학자에게 보낸 찬사의 말씀도 듣

게 됩니다. “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.”

많은 율법 학자가 예수님을 불편하게 여기고 적개심을 보인 이유는 무엇

이었을까요? 그분에 대한 편견에서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. 촌뜨기 나자

렛 사람이 감히 전문가들인 자기들 앞에서 율법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하

는 모습이 그들은 영 못마땅하였을 것입니다. 율법에 정통한 교육을 결코

받았을 리 없는 자가 그토록 중요한 안식일 법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모습을

도무지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. 그러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율법 학자

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, 있는 그대로의 예수님을 마주하고자 합니다. 예수

님의 비범함을 알아본 그는 율법학자로서 평소 품고 있던 의미 있는 질문

을 던집니다. 사실 율법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 질문은

당대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논의되던 주제였습니다. 따라서 그런 질문

을 던진다는 것은 예수님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한 셈입니다. 그리고 하

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율법의 밑바탕에 놓인 핵심을 짚어 주시는 예수

님의 대답에 그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수긍합니다. 예수님에 대한 편견을 버

리고 결국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.

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편견은 우리에게도 많습

니다. 그 자체로 좋고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일지라도 잘못된 선입견을 거치

게 되면 나쁘고 추하고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. 있는 그대로의

모습에 다가가려면 먼저 그것을 가로막는 장막을 걷어 내는 용기가 필요합

니다. 예수님의 찬사를 얻어낸 율법 학자처럼, 그 장막을 과감히 걷어 낸 사

람만이 하느님 나라에 속한 좋고 귀한 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

니다.

 
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