6월 8일 연중 제9주간 목요일
마르코 복음에서 등장하는 율법 학자들은 대부분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
기는 적대자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.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는 이례적으로
예수님께 호감을 보이는 율법 학자가 등장합니다. 그가 예수님께 다가가는
모습도 그러하고(“예수님께서 대답을 잘하시는 것을 보고 그분께 다가와”[오늘 복
음에서 생략된 구절]), 예수님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도 그러합니다.
이에 따라 예수님께서 이례적으로 율법학자에게 보낸 찬사의 말씀도 듣
게 됩니다. “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.”
많은 율법 학자가 예수님을 불편하게 여기고 적개심을 보인 이유는 무엇
이었을까요? 그분에 대한 편견에서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. 촌뜨기 나자
렛 사람이 감히 전문가들인 자기들 앞에서 율법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하
는 모습이 그들은 영 못마땅하였을 것입니다. 율법에 정통한 교육을 결코
받았을 리 없는 자가 그토록 중요한 안식일 법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모습을
도무지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. 그러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율법 학자
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, 있는 그대로의 예수님을 마주하고자 합니다. 예수
님의 비범함을 알아본 그는 율법학자로서 평소 품고 있던 의미 있는 질문
을 던집니다. 사실 율법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 질문은
당대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논의되던 주제였습니다. 따라서 그런 질문
을 던진다는 것은 예수님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한 셈입니다. 그리고 하
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율법의 밑바탕에 놓인 핵심을 짚어 주시는 예수
님의 대답에 그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수긍합니다. 예수님에 대한 편견을 버
리고 결국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.
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편견은 우리에게도 많습
니다. 그 자체로 좋고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일지라도 잘못된 선입견을 거치
게 되면 나쁘고 추하고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. 있는 그대로의
모습에 다가가려면 먼저 그것을 가로막는 장막을 걷어 내는 용기가 필요합
니다. 예수님의 찬사를 얻어낸 율법 학자처럼, 그 장막을 과감히 걷어 낸 사
람만이 하느님 나라에 속한 좋고 귀한 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
니다.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